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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멘토모리, 그의 죽음을 기억하라. 아나로그루프머신 1집 조화
지난 2016년 4월 1일, 안산의 한 실용음악학원에서 10대 수강생이 방음부스에 붙인 불로 강사 2명이 안타깝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당시 이 비극적인 사건은 뉴스와 신문 한 페이지를 장식했지만, 마치 만우절 농담처럼 수많은 사건과 사고 속에서,
또 다른 죽음과 삶의 쳇바퀴아래 차츰 잊혀졌다.
하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아직도 그들의 죽음을 잊을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그들의 가족, 그들의 친구, 그리고 여기 아나로그루프머신이라는 밴드까지.
2012년 이시영을 주축으로 김준열, 신동엽은 ‘오롯이 어울리지’라는 팝밴드를 결성하여 홍대 앞에서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세계를 펼쳤다.
여타 젊은 밴드들이 그렇듯, 멤버들의 군입대로 잠시 활동을 중단해야했지만,
그 사이 밴드의 리더인 이시영은 자신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탐구했다. 그리고 대망의 2016년,
그들은 다시 홍대 앞에 모여들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새로운 악기, 새로운 장르,
새로운 이야기를 들고 역시 새로운 이름, ‘아나로그루프머신’으로 다시 뭉쳤다.
그동안 꾹꾹 참아왔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싱글이나 EP가 아닌 정규 1집 앨범 발매를 목표로 타올랐다.
홍대인근 연남동과 성산동 옥탑방에 모여 곡을 쓰고 합주를 하던 그 따뜻한 봄날,
앨범 발매를 목전에 둔 4월의 첫 날. 아나로그루프머신의 기타, 김준열군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매일 수없이 벌어지는 타인의 죽음에 무뎌지고 익숙해진다.
너무 많은 죽음과 너무 힘든 삶과 이 모든 것에 무력한 자신을 발견한다.
그래서 그 다음, 그 이후,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명쾌한 해답을 찾을 수 없었던 아나로그루프머신은 그저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다시 할 수 밖에 없었다
.
연습할 때 녹음해둔 김준열군의 기타소스와 새롭게 영입한 우리양의 비브라폰 사운드를 함께 담아내기로 했다.
이를 조화롭게 담아내기 위해 그들은 처음부터 다시 앨범을 만들어야했다.
그렇게 탄생한 1집의 타이틀, ‘조화’는 중의적 의미 모두를 아우르는 완벽한 이름이다.
조의를 표하는 꽃, 함께 잘 어울릴 수 있는 음악, 죽지 않는 꽃으로 영원히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까지.
아나로그루프머신이 내놓은 이번 앨범은 과거 ‘오롯이 어울리지’에서 보여줬던 어쿠스틱 사운드와는 정반대처럼 보인다.
MPC와 전자드럼 기반의 사운드는 하우스나 누디스코, 칠웨이브 같은 전자음악처럼 들리지만,
아날로그로 녹음된 악기들의 샘플사운드위에 비브라폰이나 키보드의 어쿠스틱한 사운드가 덧입혀져
신스팝의 장르를 넘나드는 그들만의 독특한 음악으로 거듭난다.
게다가 트랙마다 보컬 세션의 적절한 변화는 이들이 음악적으로 순수하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과 최선의 결과를 추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메멘토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그러나 메멘토비베리, 삶을 기억하라.
이 앨범은 누군가의 추모앨범이 아니다. 이것은 故김준열군이 함께한 아나로그루프머신의 1집 정규 앨범이다.
우리 곁에 실존하지 않을 뿐, 우리의 귀를 통해 머리와 가슴속에서 즐거운 음악을 무한 연주하는 그가, 혹은 그들이 존재한다.
레비나스의 말처럼 타인의 죽음은 나의 죽음보다 더 근원적이다.
우리는 타인의 죽음을 마주함으로써 비로소 인간적으로, 타인을 위한 존재로 살아간다.
아나로그루프머신은 고인과 함께 연주를 하고 음악을 들려주며 그들 스스로 자신들의 존재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원피스매거진 에디터 이승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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