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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제주에서의 1년을 담은
레인보우99의 정규 8집 ‘오름의 지금
안녕하세요. 레인보우99입니다. 제주에서 1년간 작업해온 프로젝트가 ‘오름의 지금’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되었어요. ‘제주도에서 테크노를 하고 싶다.’라는 막연한 생각이 사진작가 박상용과 비주얼 아티스트 김가현을 만나 10곡의 음원과 영상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은 매 순간이 기적 같았습니다. 아마도 혼자가 아닌 팀으로 함께 하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싶어요.
프로젝트의 시작
처음에는 정말 가벼운 마음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제주의 오름 같은 곳에 올라가 테크노를 하면 멋있지 않을까?‘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간 제주의 모습은 가볍지 않았습니다. 시선이 닫는 곳마다 난개발로 어지러웠고, 발길이 닫는 곳마다 4.3의 흔적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어떻게든 제 나름의 기록을 해보고 싶었고, 사진작가 박상용과 비주얼 아티스트 김가현을 만나 프로젝트가 시작되게 되었습니다.
제주를 기록하는 방법
제주를 음악으로 기록하는 방법이 있을까? 많이 고민했어요. 하지만 고민을 아무리 해봐도 음악으로 제주를 기록하는 방법은 없었어요. 그래서 일단 처음의 생각처럼 발길이 멈추는 곳에서 테크노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깊은 숲이나 오름, 벌판에서도 작업할 수 있도록 장비를 최대한 가볍게 하고 음악적인 고민 없이 그 장소에서 굿을 한다는 기분으로 최대한 즉흥적이고 자유롭게 음악을 만들고 기록해나갔습니다. 그렇게 10곡이 음원과 영상이 완성되었습니다.
4.3
제주에서 작업된 10곡은 각각 다른 장소에서 작업되고 연주되었는데, 작업된 모든 장소에는 4.3 사건(1947년 3월 1일부터 1954년 9월 21일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남로당 무장대와 토벌대 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과의 연결고리가 있어요. 4.3 사건 이후 사라진 마을인 예래동의 어음케, 사건 당시 은신처 및 무장대의 근거지 역할을 한 구억리와 한수기곶, 의귀초등학교에서의 집단 학살의 희생자들이 함께 묻혀있는 현의합장묘에서 살고 있는 강아지 ‘상생이’, 섯알오름 학살터가 위치한 알뜨르(일제 시대에 난징대학살의 배후기지로 대정읍 상모리 일대에 만들어진 비행장), 마을 주민 400여명이 한 날 한시에 희생된 북촌 너븐숭이를 바라보는 조천읍의 밤바다, 토벌대의 주둔소가 위치한 시오름, 성산일출봉과 마주하고 있는 학살터인 터진목, 이 모든 장소를 담담히 내려다보고 있는 한라산까지, 발길이 닫는 모든 곳이 4.3과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혹시 제주를 여행하게 되신다면 주변을 조금만 세심히 바라봐주세요. 제주 어느 곳이나 4.3의 역사가 새겨져 있고, 모두가 기억해야 할 역사입니다.
오름의 지금
‘오름의 지금’ 바로 이번 앨범의 제목입니다. 프로젝트를 위해 제주에 머물며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제주도 자체가 하나의 큰 오름, 하나의 생명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어요. 제주의 모든 곳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고, 마구잡이로 개발되고 버려지는 마을들도 그 사이사이에 베어있는 아픈 역사도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안에서 제가 표현한 음악들도 역시 제주의 일부분이 되어 흐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앨범 제목을 ‘오름의 지금‘이라고 지었습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도중에 ’제주가 아파요‘라는 현수막을 본 적이 있어요. 제가 보고 느낀 제주도 아파 보였어요. 하지만 제주는 여전히 강하고 아름다웠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제주의 아픔을 보듬어나갔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제주에서의 작업은 앞으로도 어떤 식으로든지 이어질 것 같아요. 제주에서 만든 첫 앨범 ’오름의 지금‘도 앞으로의 발걸음도 가벼운 마음으로 지켜봐 주세요.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지원해준 서울문화재단,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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