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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가 되고 싶었던 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중학생 때 기타를 선물해주신 아빠가, 애니멀스의 'House of the Rising Sun'을, 화투장을 피크삼아 들려주셨던 순간을 하나의 계시처럼 믿고 있던 사춘기 소년은, 후일 '관악청년포크협의회'(붕가붕가 레코드)의 주축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뒤 '그림자 궁전'(2008년 한국 대중음악상 신인상 부문에서 원더걸스와 경합을 벌였던)이 되었고, 로로스(2009년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 수상), 흐른 등이 둥지를 튼 튠테이블 무브먼트의 '송사장'이 되기도 했다. 이제 이 친구가, 그토록 되고 싶어했던 '숫자'가 되어 나타났다. 온전히 9 라는 이름으로, 첫 앨범 [9와 숫자들]을 들고서.
상징관련 서적에 따르면, 9는 신성한 숫자 3에 다시 그 숫자를 곱한 수로서, 완전무결함과 영원을 나타내는 불후의 숫자이다. 하지만, 1, 6, 7, 8 등의 멤버들로 구성된 '9와 숫자들'의 리더 9가 그런 심오한(!) 의미로 9라는 숫자가 된 것 같진 않다. 만약 그랬다면, 그는 결코 노래를 만들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래란 언제나 노래를 들어줄 사람을 꼭 필요로 하는 불완전한 것이니 말이다. 더구나 영어로 '나인'이라고 하지 않고 우리말로 '구'라고 불러달라고 하지 않는가? 큰 힘 들이지 않고, 부드럽게 '구' 라고 발음되는 9, 그 발음으로 인해 동그란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는 '9', 결코 어떤 틀에 갇혀 있지 않을 '9', 그냥 한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삶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은 '9'. '9'가 되고 싶은 것은 그런 '구'인 것이다. 그의 노래들에 공감해주는 사람이 있음으로써, 완전함으로 한발 한발 다가가게 될 그런 9를 꿈꾸는.
앨범 "9와 숫자들"은 어쿠스틱과 일렉트로닉이 절묘하게 만나는 '그리움의 숲'으로 시작한다. 9와 숫자들이 현재 추구하고 있는 스타일을 대변해주는 이 곡에 이어서, 마침내 날개를 단, 9의 '노래들'이 쉼 없이 흘러나온다. 첫 싱글인 '말해주세요'가 리드미컬한 기타팝과 신스를 접목시킨 사운드에 누구나 흥얼거릴 수 있는 편안한 멜로디를 담았다면, '석별의 춤'과 '선유도의 아침'은 댄서블한 신스팝에 9와 숫자들 특유의 서정성을 가미한 전혀 다른 스타일을 선보인다. 앨범에서 유일하게 영어 가사로 부르는 'Sugar of My Life'는 모타운 사운드를 차용한 감미로운 인디록 넘버이고, '삼청동에서'는 복고풍 록 사운드를 세련되게 재해석한 9와 숫자들만의 독특한 음악을 들려준다. 흥겨운 포크록에 한국 전통의 느낌과 뿅뿅 사운드를 가미한 '연날리기', 거기에 신파적인 옛 가요를 신선하게 재현한 '이것이 사랑이라면' 등, 풍성한 노래들의 향연은 끝이 없이 이어진다.
9의 목소리는 그 어떤 덧칠도 그 어떤 과잉의 멜로드라마도 굳이 원치 않는 "진짜 노래들"에 대한 꿈을 풀어나가며, 이렇듯 진솔하고 소박한 9의 노래들은 물 흐르듯 흐르다가 어느 순간 수면 위로 날아오른다.
'삼청동에서'의 한 구절을 빌자면, 9의 노래들은, '함께 걷던 좁은 길과 싱그러운 나무들과 / 재잘대던 작은 새들도 모두 / 떠날 것을 알지만 / 지금만큼은 내 곁에 / 좀 더 머물러줬음 좋겠'다고 느껴지던 청춘의 그 모든 순간들을 집약해놓은 노래들이다. 다시 말해 당신의 이야기이다.
9가 말하는 앨범 "9와 숫자들"
"아주 어렸을 적의 얘기다. 아버지가 거나하게 취해 돌아오시던 밤이면 나는 이불 속에서 두 눈을 꼭 감고 잠든 척을 했다. 시끄러운 음악을 틀고 내게 춤을 강요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타박에도 아버지는 기어이 나를 거실로 끌고 나갔다. 나는 별 수 없이 어색한 춤사위를 펼쳤다. 키보이스와 마마스앤파파스에 맞춰서."
"(…..)나는 음악이 없어도 충분했을 평범한 삶을 살아왔다. 기쁨과 슬픔이 있었고 성공과 좌절이 있었고 숱한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던 삶을. 그 삶을 이 음반에 담고자 했다. 음악을 위한 사람으로서 그림자궁전을 비롯한 이전의 작업들을 했다면, 9와 숫자들에서는 사람을 위한 음악을 하고 싶었다. 술 취한 아버지를 즐겁게 해 드리기 위해 춤을 추는 마음으로. 꿈을 꾸는 아들을 위해 기타를 퉁기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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